님은 무엇을 할 때 쉬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이 질문을 던지며 저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우선 밝힙니다. 어떨 때 내가 회복된다고 느끼는지 들여다보질 않았거든요. 그런 걸 궁금해하기보단 주어진 작업을 끝내기에 급급했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끝냈지만 어쩐지 시간이 아깝게 느껴져서 마음이 쪼그라들어요. ‘이 시간에 작업을 하면 더 많은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하며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합니다. 그러면 마감까지 더 많은 여유는 생기지만… 기력이 후달리게 됩니다. 작업이 없는 날에는 놀러 다니기 바빴습니다. 노는 것도 중요한 회복 방법이지만, 제가 간과한 것은… 아무리 노는 게 제일 좋더라도 사람들에게 기가 빨리는 I형 인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후달리는 기력을 붙잡고 생각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쉬어야 잘 쉰다고 소문낼 수 있는 거야?
자, 이제 찬찬히 생각해보겠습니다. 무엇이 저를 쉬지 못하게 하는지요. 그걸 알게 된다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문제점 1. 퇴근이 없다! 그런데 출근도 없다…
제 생활에서 쉼이 보장되지 않는 가장 큰 문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프리랜서의 숙명이랄까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일이 있으면 잠에서 깨자마자 출근, 끝내면 퇴근합니다. 모든 일과 쉼은 제 방에서 이루어집니다. 일터와 쉼터의 경계가 모호해서 집중도 흐려지기 일쑤입니다.
문제점 2. 쪼그라드는 마음!
급한 작업들은 모든 걸 쪼들리게 합니다. 최대한 많은 작업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밥을 거르거나 잠을 덜 자거나 합니다. 킵고잉 자기파괴! 이것은 제 오랜 습관이기도 합니다. 매번 밤을 새우며 일을 했거든요. 전에는 완전히 밤을 새우고도 낮 동안 생활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밤 열두시만 지나도 피로가 몰려옵니다. “나 기절해~!” 제가 새벽 2시경에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작업 시간이 많아도 딱히 미루지는 않는데요.(사실 작업 시간이 많은 작업이란 없긴 합니다만) 어딘가 마음이 조급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게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문제점 두 가지만 짚었는데도 훤히 보이네요. 저는 애초부터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구조에 살고 있었습니다. 작업 일정에 맞춰 제 스케줄을 조정했으니까요. 지금 당장 생활 패턴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출퇴근 시간을 정했습니다. 9 to 6! 클라이언트와 원활하게 소통하려면,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저도 일을 해야겠지요. 해가 떠 있을 때 열심히 일을 하고 일하지 않을 때는 쉬는 시간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언제든지 마음이 금세 조급해지는 저에겐 ‘이 시간에 작업을 하면…!’이라는 생각은 떨치기가 어렵긴 합니다만, 그래도 시간의 경계를 만들어두니 꽤 괜찮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일할 시간과 쉴 시간을 보장해주는 것이 쪼그라드는 마음을 다림질해주더라고요.
주름 없는 마음은 자연히 느긋해집니다. 날카로운 신경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좋아했던 것들이 다시금 눈에 들어오고, 새로이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고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무언가를 해야지만 쉬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름 없이 보내는 모든 시간들이 회복제였습니다. 시원한 공기로 호흡하기, 계절의 냄새를 맡기, 파란 하늘과 내리쬐는 볕 아래서 선선한 바람쐬기, 베란다에 둔 캠핑용 의자에 앉아 책 읽기, 헤드셋으로 크게 노래 듣기… 뭐 이런 작은 것들까지도요. 또다시 조급해지는 마음을 붙잡고 매번 다림질을 반복해야겠지만, 어쩌겠어요. 온전한 휴식과 구김 없는 태도를 가져다준다면 해내야지요! 아무래도 앞서 던졌던 질문을 바꿔야겠습니다. OO 님은 주름 없는 마음의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먼 미래에는 다림질 장인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롬티끌, 밍키로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