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백구예요.
벌써 2023년의 마지막 티끌을 쓰게 되었어요. 처음 티끌을 시작하며 오트밀 이야기를 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정말 빨라요. (오트밀은 최근에도 참치와 김가루를 넣어 추운 아침 따뜻하게 먹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도 좋은 일이 많았던 해였던 것 같아요. 뭐, 아주 좋은 일만 있던 건 아니었지만요.
오늘은 최근 있었던, 아직도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실감이 나질 않는 일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해요. 기사가 나서 의정부 시민 대부분이 알겠지만, 시에 돈이 없어 공무원 월급도 못준다고 하고 기관들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어요. 그 중 제가 종사 하고 있는 예술, 교육 분야에서는 계속 안좋은 소식들만 들리고 있지요. (이게 비단 의정부만의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고요.)
저는 제가 살던 동네인 녹양동에서 2016년 부터 주민센터 수업을 해오고 있어요. 녹양 어린이 미술교실! 수업 이름이에요. 거의 8년 동안 같은 동네에 사는 많은 아이들을 만났고, 이 아이들에겐 내가 받았던 미술교육보다 더 좋은 교육을 해주고 싶어서 가장 많은 고민이 지나갔던 강의였어요. 여러 일들로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이 수업이 있는 금요일만 기다린다는 아이들, 학교에서 미술 시간에 열심히 해서 상을 받았다고 자랑하는 아이들, 다음에 또 신청한다는 아이들을 보며 '그래 이 동네 애들은 내가 책임진다' 하며 버텼었죠. 누가 뭐래도 아이들이 해주는 말은 너무나 힘이 됐어요. 사실 다른 수업보다 그렇게 벌이가 좋은 것도 아니었는데 수업에 대한 고민과 시간, 재료는 이 수업에 7-80프로 정도 쏟은 것 같아요. 그냥.. 모르겠네요. 마음이 그렇게 됐어요.
그런데 시에 돈이 없고 각 기관에 내려오는 돈도 적어지면서 우리 동네 주민센터의 어린이 수업은 2024년 부터 모두 사라지게 되었어요. 그렇게 힘들었던 코로나도 버텼는데, 아이들의 무언가에 가득찬 얼굴과 바삐 움직이는 손들을 보며 그렇게 힘이 났는데. 왜 돈은 항상 가장 작고 여린 부분 부터 없애게 만들까요. 미술 수업 뿐만 아니라 어린이 수업 자체가 모두 사라진다는 이야기에 너무 서글퍼졌습니다. 담당 간사님은 다시 시 사정이 좋아지면 그 때 또 보자고 하셨지만.. 기약이 없는 것은 둘째치고 언젠가 상황이 안좋아지면 또 가장 먼저 없어질 아이들의 교육이 참 걱정됐어요. 이게 주민센터만의 상황이 아닐 것 같기도 했고요.
예고를 생각중이라는 채이, 벌써 중학생이 된 성현이, 여전히 캐릭터 그리기를 좋아하는 온유, 동네 산책할 때 마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주는 혜연이. 시간이 지나도 한 동네에서 '녹양 어린이 미술교실' 하나로 이어지던 순간들이 막 생각이 나요. 아무튼, 내년에는 마음이 조금 허전한 금요일을 보낼 것 같네요.
한 해가 끝나가는 시점에 조금 서글픈💦 레터를 보내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은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 언제 생기는지 묻고 싶어요. 저에겐 녹양 어린이 미술교실이 그 마음 자체였던 것 같아요.
그 마음을 생각하며 따뜻한 연휴 되시길 바라요.
2023년의 끝에서 백구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