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소원을 이루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바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잡고 소원을 비는 것인데요. 봄에는 벚꽃잎, 가을에는 낙엽, 딱 환절기에만 소원을 빌 기회가 주어집니다. 어릴 적에는 가을바람에 나뭇잎을 우수수 털어내는 단풍나무 밑에서 손바닥을 찹찹 맞부딪히며 낙엽을 잡곤 했어요. 그런데 얄밉게도… 잡으려고 하면 잘 잡히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며칠 전, 동네를 걷는 중에 낙엽이 손 안으로 쏙 들어오는 것 아니겠어요? 나뭇잎을 잡고 살짝 눈을 감은 뒤 소원을 빌었어요. 직접 찾아온 행운이라니! 좋아지는 기분을 느끼며 집에 가져가 말려두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나뭇잎을 들고 이곳저곳 다니다 보니, 어느새 홀랑 잃어버린 거예요. 바람에 날아갔는지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는지도 모르게요. 가방에 넣어둘 걸, 하는 생각도 잠시… 나뭇잎이 있어야 할 곳은 우리 집이 아니라 땅이라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떨어지는 나뭇잎도 생태계 순환의 일부니까요. 잠깐 손에 들어와 소원을 들어주고, 은은한 행복감을 전달한 뒤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님은 어떤 가을을 보내고 있나요? 계절이 주는 은은한 행복감을 충분히 느끼고 계신가요. 절기를 통과하는 일은 고된 일이기도 하겠지만, 곧 나뭇잎이 전부 노랗고 빨갛게 물들고 우수수 떨어질 일만 남았습니다. 볕이 좋은 날, 나무 아래서 손바닥을 펴고 낙엽을 기다려 보세요. 나뭇잎이 손 안으로 쏙 들어와 소원을 들어줄 거예요.
소원은 비밀에 부쳐야 이루어지는 것 아시죠?
프롬티끌, 밍키로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