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오랜만이에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긴 여름이 끝나고 있네요. 몇 일 비가 오더니 날씨가 확 풀린 것 같아요. 여전히 한낮은 덥지만요. 님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시고 계신가요? 님은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시나요? 저는 조금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분명 올해엔 시간이 많아 여유롭다고 생각했는데 재밌어 보이는 것에 전부 발을 들였더니 해야 하는 일들에 끌려다니고 있는 신세에요. 그럴 때마다 저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잘 구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빽빽한 캘린더를 보며 쉬는 것을 전혀 염두해두 않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차도 기름이 다 떨어지면 주유해야 하는데 저도 에너지를 쓰면 그만큼의 에너지 충전이 필요하다는 걸 자주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10월에는 더 많은 일을 벌여놨는데 그것들이 파도처럼 저를 덮칠 때 어떻게 무력하게 휩쓸리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이에요. 문득 전부 잘하고 싶어 하다가 무엇도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들기도 해요.
오늘은 제가 앞으로 살고 싶은 세상을 조금 맛볼 수 있었어요. 오늘 차 없는 거리라는 행사를 다녀왔는데요. 그곳에서는 자전거를 타거나 동물과 함께 걷는 사람들, 활짝 웃으며 훌라를 추는 사람들, 쏟아지는 햇살과 강에 비친 윤슬, 별로 화려하지 않은 공연이어도 웃으며 함께 즐기는 관객들, 여유로운 음악, 아이 노인 등 할 것 없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어요. 차만 다닐 수 있는 곳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니 왠지 사람들의 얼굴에서 여유가 묻어나 보였어요. 뭐든게 빨리빨리인 세상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 것 같아요.
님은 부디 이번달에 선선한 밤공기를 마시며 산책도 하고, 멍하니 구름을 바라보는 시간도 갖고, 소중한 사람들과 내밀한 이야기도 나누고, 주위 사람들에게 안부도 묻고, 작은 것에도 많이 웃고, 익어가는 가을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좋아하는 것을 많이 만들어 가는 하루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요. 결국 그런 사소한 순간들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지 않을까요.
충만하고도 완연한 가을이 되시기를 바라요😊
230918 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