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 전부터 아침수영을 다니고 있습니다. 매 주 월요일, 금요일 새벽 일곱 시에 강습이 있습니다. 겨우 일어나서, 겨우 버스를 타고, 겨우 겨우 씻고 수영복까지 입는 성가신 과정을 거친 다음 홀가분하게 수영장에 풍덩 뛰어드는 기분이 참 상쾌합니다. 한 주를 수영장에서 시작하는 이웃들의 잠이 덜 깬 얼굴을 바라보며 인사하고, 줄줄이 차례대로 레인을 돕니다. 열심히 수영을 하고 난 다음 또 겨우 겨우 수영복을 벗고, 겨우 씻고, 겨우 머리를 말리고 수영장을 나서면 엄청나게 배가 고파져요. 뿌듯함을 반찬 삼아 뭘 먹어도 맛있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딱 일주일 전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아직 눈곱도 덜 뗀 상태로 수영장에 도착해 씻고, 수영복까지 입고 나니 글쎄, 수영 안경을 집에 놓고 왔다는 걸 알아차린 거예요. 수영 안경이 없이는 수영을 할 수 없지요. 저는 30초 정도 가만히 서서 혼자 황당해 하다가, 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영장에서 샤워만 개운하게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돌아가는 길에 혼자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덜렁대지좀 말자고 생각하면서요.
소리 내어 웃는 일은 좀 창피하기도 해요. 왜 웃냐고 물어보면 구구절절 설명하기 부끄럽거나, 설명하다 보면 웃을 만큼 재밌는 일이 아니었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방금도 느꼈습니다. 쓰다 보니 수영장에서 샤워만 하고 나온 이야기가 딱히 깔깔 웃을 만큼 재밌진 않지요...).웃음이 나는 상황에서도 좀 참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웃음소리에 난감해지기도 하고요. 최근에 웃을 일이 없고 버겁고 슬픈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네요.
그래도 저는 이웃들이 어떤 순간에 웃게 되는지 궁금해요. 웃음이 났던 순간을 떠올리는 건 무거웠던 마음에 날개를 달아주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저도 함께 웃고 싶어요! 이번 주를 힘차게 시작하는 주문을 건다고 생각하며 떠올려 주세요. 님은 지난 주에 어떤 일로 소리 내어 웃으셨나요? 답장으로 보내 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웃고 싶다고 했으면서, 티끌 쓰며 인상을 너무 찌푸리고 있었던
규 보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