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안녕하신가요?
저는 지금 제주에서 편지를 쓰고 있어요. 오늘은 여러모로 인상 깊은 하루였어요. 바다 수영을 하다가 돌고래를 만났거든요.
열심히 개구리 발을 만들어 평형을 하며 바다에서 헤엄치던 중 누군가의 “우와!” 하는 탄성이 들렸어요. 그러자 여러 곳에서 탄성이 터지기 시작했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더니 사람들이 일제히 한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그 시선을 따라가 보니 미디어를 통해서만 보았던 매끈한 검은색 꼬리가 물속을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것이 보였어요. 바로 돌고래였어요! 여러 마리의 돌고래들이 떼를 지어 헤엄치고 있었죠. 돌고래 한 명은 사람들 아주 가까이서 헤엄쳐 검은 형체만이 아닌 무늬까지도 볼 수 있었어요. 바다를 누비는 고래들의 움직임을 멍하니 바라보았어요. 사람과 가까이서 헤엄치는 돌고래들이 걱정되기도 했고 그들의 자유로움이 경이롭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몇 년 전 그들을 봤던 또 다른 기억이 떠올랐어요. 그곳은 아쿠아리움이었던 것 같아요. 어렴풋이 기억나는건 인간의 지시에 따라 돌고래들이 묘기를 부리고 물고기를 위로 던지면 고래들이 점프해 물고기를 받아먹는 모습이에요. 돈을 더 내면 직접 물고기를 돌고래에게 던져줄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와 오늘이 굉장히 다른 감각으로 느껴졌어요. 그때는 그들이 그저 신기하고 귀엽고 똑똑한 동물이었는데 오늘에서야 그들도 우리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새삼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들을 대상화하지 않고 살아있는 존재로 의식하니 그제야 지금 내가 헤엄치는 바다가 수많은 생물의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상기하게 되었어요. 모래 밑에 사는 수많은 생명체가 생각나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졌어요.
그날 갔던 비건 식당에서 본 비건 잡지 ‘물결'에서 접한 ‘보금자리’와 관련된 챕터가 떠올라요. 우리가 만나는 동물은 두 가지 부류로만 나뉜다고 해요. 인간을 위해 착취된 동물이나 (동물원, 축사), 인간의 공간에서 키우는 애완동물로요. 그들이 원하는 보금자리에서 사는 모습은 볼 수 없고 애초에 동물이 온전히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보금자리라는 게 인간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만약 사람들이 동물들을 동물원이 아니라 오늘처럼 그들의 보금자리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모습으로 접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동물원이 동물에게는 감옥이라는 사실을, 자연은 인간의 자원을 얻는 곳이 아니라 여러 생명체의 보금자리라는 것을, 우리가 바다를 오염시키고 숲을 파괴하는 게 누군가의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것을, 그래서 모두의 보금자리인 지구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보금자리는 인간만이 아닌 모든 생명체에게 필요하니까요. 여러분에게 보금자리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보금자리는 나로 존재할 때 가장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곳이에요. 모든 존재가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8월 14일 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