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마치고 거실 쪽으로 가는 도중에 작은 실거미를 발견했어요. 뭔가 눈이 마주친 기분으로 서로 딱 멈췄죠. 평소에 거미는 별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기도 했지만 실거미 정도는.. 그냥 같이 살아도 되지않나? 라는 생각에 그냥 두었어요.
그리고 며칠 후.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머리맡에 그 때의 거미로 추정되는 거미녀석이 가만히 있더라고요? 처음엔 약간 흠칫 했지만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건가 싶어서 귀엽기도 했고 저번에 한번 눈이 마주친 이후로(정말 눈이 마주친건지 뭔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나름 가까워졌다고 생각해서 나에게 가까이 와본건가. 하는 제가 생각해도 아주 이상하고 엉뚱한 상상을 했어요... 혼자 살다보니 이런 생각도 하게되나 싶더라고요.
그리고는 또 며칠 후. 저는 외출을 위해 옷방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었어요. 가장 멍을 때리는 시간이기도 해요. 나의 며칠 된 친구 거미가 제 앞 방바닥에 보인 순간. 저도 모르게 아주 자연스럽게 그냥 손으로 덮어버렸어요. 바닥에 뭐가 있으니까 멍 때리며 아무생각없이 손이 먼저 행동해 버린거예요. 앗 차... 머리 말리는걸 멈추고 살짝 울적해졌어요. 정말로 나에게 친근함을 느끼고 계속 다가왔던 거라면...? 그랬던 존재가 정말 갑자기 나를 죽여버린거잖아요? 세상에.. 내가 무슨짓을... 정말로 한동안은 이 거미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를 않았어요. 뭔가.. 더 잘 지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 이야기를 동생에게 했더니 처음엔 웃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뭔가 이해된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는 윤석이(강아지)를 키운 이후로는 뭔가 생명이 있는 것들에게 감정이입이 된다면서... 저도 동생과 같은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보면 진짜 엉뚱하고 별거 아닌 이야기인데 공감해주니 위로가 되기도 했어요. 아마 강아지를 함께 키우는 가족이기에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게 아닐까 싶어요. 하하 너도그래? 하며 거미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이렇게 소소한 사건들로 일상이 이어지는게 참 흥미로운 것 같아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내가 살고 있는 환경과 상황이 그대로 녹아있죠. 다른 상황에 놓인 사람이었다면 같은 사건도 다른 일상으로 만들어지겠죠? 삶이란 정말 무한 경우의 수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여러분은 어느날 집에 거미가 나타났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