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 좋은 점심, 좋은 저녁이에요. 님이 어느 시간을 보내고 있든 안녕하시길 바라요.
님은 최근에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언제 두려움을 느꼈나요? 얼마나 자주 느끼나요? 저는 최근 두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생겼어요. 오늘 편지에서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며칠 전 숲에서 하룻낮, 하룻밤을 온전히 홀로 보낼 귀중한 기회가 생겼어요. ‘숲에서 홀로’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거든요. 돗자리, 침낭, 물 정도의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최소한의 짐만으로 숲에 들어가 하루를 보내고 오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물론 스마트폰, 전자기기, 책 등 습관적으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사용하는 모든 도구도 가져가지 않아요. 프로그램에 신청한 당일엔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숲에 가는 날이 다가올수록 불안함과 걱정이 앞섰어요. 어두운 밤의 숲에서 하루를 홀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 걱정되었거든요.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어느새 숲에 가는 날이 되었어요. 숲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렇게 걱정하던 밤이 찾아왔어요.
해가 산 뒤로 숨고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을 때쯤 하늘을 감상할 틈도 없이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어요. 밤에 야생동물을 마주치게 돼도 가만히 있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홀로 남겨진 채 어둠이 찾아오니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어요. 제 긴장의 전조 증상은 땀인데요. 어느새 손도 축축해지기 시작했어요. 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최대한 덜 무섭게 밤을 보낼 방법을 고민하던 중 해가 완전히 사라져 깜깜해지기 전에 잠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예 어두운 숲을 보지 않는다면 괜찮을 것 같았거든요. 낮잠을 많이 자 별로 졸리지 않았지만, 침낭을 머리끝까지 올리고 꾹 힘을 주어 눈을 감았어요.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이 흘렀을까.. 잠이 올 기미는 안 보이고 주위만 어둑어둑해진 게 느껴졌어요. 얼굴을 누르는 침낭은 답답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꾸에엑!! 꾸에엑!! 비명 같은 고라니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잠은커녕 근 며칠간 중에서 가장 쌩쌩한 상태가 되었어요. 저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조차도 움직여지지 않았고 망부석처럼 가만히 누워있었어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새벽 2, 3시쯤 되었을까 두려움은 점점 커지고 침낭은 너무 답답하니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 심호흡하고 얼굴을 무겁게 누르던 침낭을 걷어버렸어요.
그러자 숲이 보였어요. 밤의 숲은 달빛이 있어 그리 어둡지 않았고, 하루 종일 지저귀었던 새도 잠든 고요한 숲이었어요. 후우, 숨을 들이쉬자, 밤의 맑고 선선한 공기가 느껴졌어요. 밤의 숲은 제가 생각했던 무섭고 두려운 숲이 아니었어요. 아, 내가 몰라서 두려웠구나. 그제야 잠에 들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