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너무 낭만적인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 방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물건은 사라져도 다시 구매하면 되는 것들이에요. 반면 예꼼이는 어떤 곰 인형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추억이 가득 담긴 소중한 인형이에요. 저는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침대 한켠에 인형을 두고 자는데요. 악몽을 꿔 잠을 설친 날에도, 떠오르는 걱정과 불안으로 쉽게 잠에 들지 못할 때도, 웬일인지 꿈도 안 꾸고 잠을 푹 잔 날에도 예꼼이는 언제나 제 옆을 든든히 지켜줬어요. 이제는 더 이상 예꼼이에게 고민을 속삭이거나 비밀을 털어놓는 일은 없지만 종종 예꼼이의 배에 코를 들이박고 킁킁 정겨운 냄새를 맡는다거나 조금 바보 같아 보이는 예꼼이의 얼굴을 보면서 멍때리곤 해요. 그러다 보면 안정감이 느껴지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앞으로 본가를 떠나 또 다른 공간으로 가게 되어도 침대 한구석에 예꼼이가 놓여있다면 어디든 정겨운 저의 침실이 될 것 같아요. 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사라지는 세상에서 정을 준 오래된 물건은 나를 나답게 있게 하는 든든한 존재가 되기도 하니까요.
님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물건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