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한 주의 시작을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저는 지난 주말에 옷장 정리를 했답니다. 두툼하고 까슬거리는 니트는 상자에 넣고, 얇은 셔츠와 청자켓과 원피스를 꺼내서 탁탁 털었어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운 봄 옷을 입고 산뜻하게 월요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사실, 옷장 정리는 저의 지난 주 도전 퀘스트였습니다. 날은 점점 따뜻해지는데, 아직 겨울옷을 정리하지 못해서 옷을 고를 때 두꺼운 옷 더미를 헤집고 얇은 옷을 찾느라 옷장이 엉망이 되었거든요. 옷장이 엉망이 되니까 옷도 대충 아무거나 입고 싶어지고요. 한 번 하려면 꽤나 큰 마음가짐이 필요한 옷장 정리, 도전 마감 직전인 토요일에 아슬아슬하게 해냈습니다.
요즘의 저는 이렇게 혼자 퀘스트를 만들고, 달성해내는 재미에 빠져 있답니다. 퀘스트 달성에 대한 보상이 없어도 이렇게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점이 좋네요. 얘기 나온 김에, 제가 얼마 전에 도전했던 챌린지 하나 더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바로 일주일에 커피 세 잔만 마시기!!
이렇게 커피를 세 잔 그려놓고, 한 잔씩 마실 때마다 하나씩 지우는 커피 슬롯을 만들었어요.
책상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두었는데,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마다 뚫어져라 쳐다봤습니다.
커피... 좋아하세요? ☕
저는 커피를 좋아해요. 정확하게는 아이스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는 순간 잠이 깨는 짜릿한 느낌을 좋아해요. 왠지 집중력도 높아지는 기분이 들어서 모닝 커피를 마시는 게 루틴이 됐어요.
그런데 어느 날... 평소처럼 빈속에 커피를 마셨는데 점점 목이 칼칼해지고 속이 쓰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찾아보니, 커피의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촉진시키는데, 빈 속에 커피를 마시는 '모닝 커피'는 위산 분비로부터 무방비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이래요. 그 순간, 이 정도 은은한 통증은 항상 느껴왔기 때문에 '아파도 그냥 참아보자' 라고 생각하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것도, 커피를 마셔서 생기는 고통도 습관이 되다니...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도전! 일주일에 커피 딱 세 잔만 마시기!
미리 고백하자면, 이 도전 별 거 아닐 줄 알았어요. 커피는 그냥 기분을 내기 위해 마시는 거고, 지금이야 하루 한 잔씩 꼬박꼬박 마시지만 안 마셔도 충분히 살 수 있다고 믿어왔거든요.
결과적으론 일주일에 커피 세 잔만 마시기 챌린지는 성공했지만요. 생각보다 더 괴로웠습니다.
커피를 안 마셔서 잠이 깨질 않는 건 둘째 치고, 참아야 한다는 '생각'이 저를 가장 괴롭게 했어요.
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자주, 깊게 해 본 것도 처음이었어요. 습관을 단호하게 끊어내는 것은 이렇게나 '생각'에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일이네요.
그래서 전 앞으로 '일주일에 딱 세 잔만 마셔야지!' 라는 생각을 버리고, 커피 대신 다른 선택지를 늘려가면서 커피와의 거리를 서서히 넓혀 나가 보려고 합니다. 지금 당장 끊는 건 불가능해요!
여기까지 읽으면서, 님 마음 속에 떠오른 님 만의 퀘스트가 있지 않았나요? 이런 건 생각 났을 때 바로 시작해야 추진력이 생기더라구요. 꼭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실험 삼아 도전해보세요!
앗! 마침 81.54가 만드는 로컬 매거진 UP, 5호에 설탕 끊기 도전 르포 < 달지 않은 생활! > 이 실려있어요. 설탕 대체품과 제로 슈가 제품들로 무장한 1주일의 달지 않은 생활 도전기를 UP 5호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을 읽어 보고 싶으시다면?